• 열린 가족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8-19 / 조회 : 9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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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열린 가족

 

(중간제목)

멀리 보면 함께 사는 그것이 잘사는 길

관심과 포용의 울타리를 좀 더 넓혀야

 

(본문)

역대 '최장기간 장마' 집중호우에 가슴 졸이고 긴장했던 8월을 보내고 있다. 물바다가 된 중부 남부지방 이재민들,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 침수 등으로 주거공간을 잃거나 재산피해를 보았을 뿐만 아니라 순식간에 불어난 물로 닥친 인명피해 속에서, 가슴 한편을 뭉클하게 한 뉴스가 있었다.

섬진강이 범람해 200여 채의 주택이 수해를 입은 전남의 한 곡성군 마을 이장이 주민 23명을 구한 사실이다. 50대 이장은 강물이 마을로 무섭게 밀려들자 마을 방송으로 신속히 대피할 것을 알린 후, 자신의 차량을 운전해 3번을 왕복하며 주민들을 피신시켰다. 대피소 이동이 마무리될 때쯤 주민들 사이에서 마을 장애인 모녀가 물이 차오르는 집에 아직 갇혀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위험하니 가지 말고, 구조를 기다리라."고 주변 사람들은 만류했지만, 이장은 친구와 함께 다시 마을로 향했다. 가슴까지 차오르는 물살을 헤치며 고립된 장애인 모녀를 구조해 일단 고지대인 마을 회관으로 대피했다. 물이 더 불어 더 높은 도로변으로 이동해 대피하면서도 이장은 곡성군 재해대책본부와 계속 연락하며 인근 마을 주민들을 구했다. 몸이 불편해 피신하지 못한 할머니, 퇴로를 못 찾고 갓난아이 둘을 품에 안은 젊은 부부, 밀려든 강물에 막혀 문을 열지 못하거나 물을 퍼내다 대피 시기를 놓쳐 고립된 노인 등 23명의 주민이 더 모였다. 119구조대가 도착했고 이장은 마을 주민들 모두 보내고 나서야 젊은이들과 함께 마지막 보트에 몸을 실어 물속에 자취를 감춘 마을을 떠났다.

이장은 마을 사람들에게 함께 어울려 지내온 정()과 공동체 의식으로 가족보다 더한 사랑을 보여주었다. ‘열린 가족사랑이다.

남이야 어떻게 되든 내 이익부터 챙겨야 살 수 있다는 강박증의 사회에서 핵가족 구도가 굳어지고, 사회적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내 가족중심주의가 강해졌다. 자녀들은 남 돌아보지 말고 무조건 이기도록 교육받았다.

불교에서 말하는 가족은 남이 나와 연기되어 무수한 인연의 은혜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거기에 대해 보은(報恩)을 실천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따라서, 가족사랑은 가정에만 국한되는 폐쇄적 가족 이기주의가 아니라, 가정에서 이룩한 인간주의적 사랑의 자양분이 이웃, 사회, 국가, 세계로 이어지는 사랑의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

생후 14일 된 딸을 입양해 삶의 가치를 다시 발견한 입양 가족, 자칫 버려질 아이들을 가정의 따뜻한 품으로 감싸는 위탁 가족, 산업연수생으로 왔던 베트남 여성과 착해 보이는 한국 남자가 만난 국제결혼 가족, 장애라는 공통의 상처를 가족보다 더한 사랑으로 이겨내고 있는 장애인 자활꿈터, 해체를 통해 역설적으로 가족을 지킨 한부모 가족, 뜻맞는 가족의 연대로 육아 문제를 해결한 공동육아 가족…… 이들 모두 가족의 이름으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만 피보다 더 진한 건 자애심과 정이라는 평범한 진실을 확인시켜주는 열린 가족들이다.

우리 모두 관심과 포용의 울타리를 좀 더 넓혀야 하겠다. 멀리 보면 함께 사는 그것이 잘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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