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통의 끝에 있는 ‘문’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05-17 / 조회 : 9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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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끝에 있는

 

행복과 번영의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길은 그저 멀고도 험하다

 

 

미국의 대통령선거가 소송 전으로 비화하면서 대혼란 상황을 빚고 있다. 초 접전으로 개표가 지연되기도 했고 현직 대통령이 나서서 분열을 극대화하면서 장기적 혼란을 예고하는, 미국 민주주의의 추락 현장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미국 국민조차 보수와 진보 세력이 첨예한 대결로 맞서 대선 이후의 정치적 혼미상황을 예고한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확실성을 안고 하루하루를 살면서 드는 생각은 번영과 행복의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는 것이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질 수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말인데, 사실은 원숭이들도 꽤 떨어진다고 한다. 서울대에서 야생동물의학을 가르쳤던 신남식 명예교수에 의하면 원숭이들이 상황판단 능력과 균형감각을 잃을 정도로 긴박한 상황에 처하면 나무에서 떨어져 다치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고 한다.

떨어진다.’는 것은 두 가지 조건을 필요로 한다. 첫째, 평소의 위치가 높을 것. 바닥에 있다면 떨어질 일도 없다. 둘째, 평상시의 판단능력을 마비시키는 어떤 상황에 휘말릴 것.

성공에 성공을 거듭하며 높이 올랐던 인물들이 어느 방심한 순간 추락하는 일은 유사 이래 반복되어 왔다. 때로는 탐욕에, 때로는 자만심에, 때로는 애욕에…… 두 눈이 멀어 판단능력을 상실하면 수십 년 쌓아올린 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일이 가능하다. 절대로 떨어질 것 같지 않은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이치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더 높이 더 멀리 자유와 행복을 향한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의 꿈의 주인공 조나단 리빙스턴을 배운다. 단지 먹이를 얻기 위해 날지 않았고 무리에서 추방당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끊임없이 비행 법을 연마하는 조나단. 결국 초현실적인 공간까지 날아오른다. 충남 태안의 외딴섬 궁시도에 조나단이 살고 있다. 고향을 떠나 새로운 삶을 향해 먼 길을 날아오른 괭이갈매기들은 이 작은 섬을 그들의 새로운 낙원으로 만들어 가는 중이다. 괭이갈매기의 서식지는 원래 이곳에서 약 3km 떨어진 난도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개체수가 크게 늘면서 난도는 이제 포화상태가 되자 약 3년 전부터 일부 괭이갈매기들이 난도를 떠나 새 보금자리틀었다고 한다.

고통의 끝에/ 문이 있어요/……

금년도 노벨 문학상 수상한 여류시인 루이즈 글릭의 시구다. 유난히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는 시절 탓인지 모르겠다. 짧은 시구 하나에도 의미를 더 부여하고 자꾸 새겨보게 된다. 고통의 끝에 있다는 그 문은 어떤 희망을 내포하고 있는 문일까.

중국의 작가 루쉰은 처음부터 길은 없었다. 한 사람 두 사람 걷다 보면 자연스레 길이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 된다.’고 했다. 모든 길은 이어지고 끊임없이 길들이 만들어지며 또 사라진다. 사람이 걷는 길은 원래 정해진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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