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리찻잔 아이들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5-08-21 / 조회 : 10220
  • 첨부파일 :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큰제목)

유리찻잔 아이들

 

(중간제목)

실패 모르고 자란 엘리트 학생들,

넘어져야 비로소 일어나는 법 배워

 

 

 

저도 모르게 밀항이라는 사고를 친 중학교 3학년생이 있다. 경북 경산의 이 소년은 지난 여름방학식을 마치고 무작정 부산행 열차에 올랐다. 엉망으로 나온 성적표를 들고 집에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혼날 게 겁이 나 일단 피하고 보자 싶었던 소년은 부산에 도착하자 정박 중이던 여객선에 몰래 올라탔는데 제주도 쯤 가겠지했던 여객선은 일본 시모노세키 행 국제선이었다. 화장실에 숨어있던 소년은 출항 4시간 후 일본에 거의 도착할 즈음 선원에게 발견되고, 여객선이 부산으로 귀항한 후 경찰에 인계되었다.

학창시절 성적때문에 가슴 졸인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공부를 잘 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 하는 대로 성적 걱정은 대개 성장기의 가장 큰 심리적 부담이다. 그래서 커닝을 하기도 하고, 성적표를 받고도 안 받은 척 부모를 속이기도 하며, 심하게는 하룻밤 가출을 감행하기도 한 추억들이 있다. 잘한 행동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런 잘못, 실수, 일탈을 통해 배우고 성숙해지는 것이 성장의 자연스런 과정이다.

넘어져야 일어나는 법을 배우는데 절대로 넘어지지 않게 키워진 아이들이 요즘 문제가 되고 있다. 넘어져본 경험이 없는 아이들 -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최우수 학생으로 주목 받다가 모두의 예상대로 명문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다.

자신만만하던 이들이 대학에 들어가면 어리둥절해진다. “네가 최고!”라는 칭찬을 당연시하며 자랐는데 캠퍼스의 학생들을 보니 하나같이 자신보다 우수하면 우수했지 못하지가 않은 것이다. 생전 안 받아본 BC를 받으면서 태어나 처음으로 좌절을 경험한다. 그리고는 그 낯선 경험을 감당하지 못해 엉뚱한 선택을 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넘어지면 툭툭 털고 일어나면 된다는 간단한 이치를 배우지 못한 결과이다.

실패를 모르고 자란 엘리트 학생들을 유리찻잔 아이들이라고 부른다. 유리찻잔은 예쁘지만 충격에 약하다. 겉보기에 완벽한 우등생들이 난관에 부딪치면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무너지는 모습을 빗댄 용어이다. 남들에게 져본 적이 없는 이들은 뒤지는 것을 못 참는다. 행여 B라도 받으면 다음에 잘하면 되지하는 대신 나는 낙오자라며 세상이 끝난 듯 괴로워한다. 그러니 그 스트레스의 무게가 얼마나 크겠는가.

성공에 너무 집착하는 문화가 문제이다. 자녀를 1등으로 만들려는 엘리트 부모들의 과도한 교육열이 아이들의 정신적 성숙을 막고 있다. 아이의 주위를 맴돌며 조그만 문제라도 생기면 바로 개입해 해결해주는 헬리콥터 부모가 이들이다. 부모가 계속 손잡고 있으니 아이는 넘어질 수가 없고, 일어나는 법을 배울 기회를 갖지 못한다. 야단맞는 것 피하려다 밀항 사고를 친 소년은 이번에 무엇을 배웠을까? “매도 일찍 맞는 게 낫다, 괜한 고생 안하려면 공부를 열심히 하자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