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어도 허하고 입어도 추운, 그리움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5-11-13 / 조회 : 1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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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제목)

먹어도 허하고 입어도 추운, 그리움

 

(중간제목)

인연으로 얽힌 마음의 입자들은 떨어져도

같이 그리워하고 같이 슬퍼하며 상호작용

 

(본문)

지난 1020일부터 26일까지 강원도 금강산에서는 실로 오랜만에 이산가족 상봉이 열렸다. 1950년 한국전쟁이 터진 직후 남과 북에 떨어져 살며 지내오던 가족이 65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생사를 확인하고 지정된 장소에서나마 만난 23일간의 두 차례 상봉행사. 이 자리에는 97세의 노모가 치매로 인해 72세 장남의 얼굴을 헤어질 때에야 겨우 알아보고는 같이 안 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98세의 아버지는 두 딸을 만나 떨리는 손으로 꽃신을 신겨줬다고 한다. 그리고 1950년 전쟁이 막 터진 해에 당시 새댁이던 85세 충청도 할머니는 훈련받으러 간다면 집을 나간 후 돌아오지 않았던 85세의 남편을 만나기 위해 그때 낳은 65세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왔다고 한다.

거짓말 같은 이별들이었다. 65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미 많은 분들은 세상을 떠났다. 미리 알았더라면 지레 질려버렸을 삶을 견뎌낸 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장에는 젊은 사람은 없었다. 기억에 생생한 20대의 아내도 남편도 아들·딸도 오빠도 동생도 모두가 노인들이다. 이들은 그때, 세월이 흐른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도 그리움의 한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 또한 짐작조차 못했을 것이다.

가족을 잃고 산다는 것, 고향을 가보지 못하고 산다는 것, 보고 싶은 사람을 볼 수 없는 것, 피붙이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것만큼 큰 고통은 없다. 그런 상황으로 65년을 지내온 실향민과 이산가족은 꿈에도 계속 아른거리는 그런 가족과 고향을 자유롭게 만나는 일이 여전히 막혀있는 상황이 더욱 마음 아프고 힘들 것이다.

생명유지에 필요한 기본조건이 충족되고 나면 또 다른 허기로 찾아드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하는 대상에 가서 닿고 싶은 마음인데 그중에서도 혈육에 대한 사랑은 본능이기에 속수무책으로 강력하고 질기다.

물리학에 양자 얽힘이라는 현상이 있다고 한다. 과거 서로 상호작용했던 전자와 같은 작은 입자들은 멀리 떨어진 후에도 서로의 상태에 영향을 미치며 특별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이론이다. 1964년 아일랜드의 물리학자가 발표한 이론으로 아인슈타인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최근 이를 입증한 한 실험결과가 보도 되었다. 물리학에서 다루는 극미세 입자들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것이 사람의 마음의 입자라면 얼마나 맞는 현상인가. 한번 인연으로 얽힌 마음의 입자들은 아주 멀리 떨어진 후에도 같이 그리워하고 같이 슬퍼하며 상호작용을 한다.

한국 통일부에 상봉 신청을 한 이산가족은 총 13만여 명으로 이중 거의 절반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하며 남은 66,488명 중 81%70세 이상의 고령이라고 한다. 남과 북의 정부는 보고 싶다, 죽기 전에 한번 봐야겠다는 이 단순하고도 절박한 소원 앞에서 진지해져야 하겠다.

이 가을에 보고 싶은 사람들을 보며 살자. 보는 것도 살아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노부모를 형제를 친구를 볼 시간이 마냥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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