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서로 하는 ‘마음 대청소’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5-12-24 / 조회 : 1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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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1 무공저

 

용서로 하는 마음 대청소

 

저 원수를 보되, 부모와 같이 섬겨라.”

용서는 자비분노나 원망 보다 더 강해

 

 

 

미국에서 있었던 실화이다. 여성만 무려 48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이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들이 대거 참석한 역사적인 재판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딸 아내 엄마 등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살인범에게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사람들은 대개 그 살인마를 두고 짐승, 악마라고 부르며 분노하고 원망했다. 그러나 살인범은 일말의 죄책감도 없는 표정으로 피해자 가족들의 눈을 떳떳하게 바라봤다. 그 모습에 사람들의 억장은 더욱 무너져갔다. 그때 딸을 잃은 백발이 성성한 한 남성이 일어나 무겁게 입을 뗐다. 그의 목소리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여기 있는 모든 이들이 당신을 미워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나는 당신을 용서합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 어떤 말에도 흔들리지 않고 떳떳하던 냉혈한 리지웨이가 용서한다는 말 한마디에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재판장에 있던 많은 이들은 그 모습을 보며 분노나 원망보다 훨씬 강한 용서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 밀양이야기이다. 전 재산을 주고도 금액이 적다는 이유로 유괴당한 아들은 죽고 만다. 범인은 아들이 다니던 유치원 원장이었다. 슬픔과 절망에 빠진 아들의 엄마는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한 기도회라는 기독교행사에 가게 된다. 그리고 잠시 동안은 마음의 안정을 얻는 듯 했다. 하나님을 믿게 된 것이고 심지어는 자기 아들을 죽인 유괴범에게 용서한다는 말을 하러 그와 면회를 한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긴다. 유괴범이 자기는 이미 하나님한테 용서를 받아서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다. 그녀는 충격을 받는다. “내가 용서를 하기 전에 하나님께 용서를 받아?” “나는 아들이 죽고 나서 그렇게 괴로웠는데 살인자는 용서받아서 편해?”

인간이 하기 가장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가 용서하는 일이다. 머리로는 알면서도 실천이 어려운 것이 용서다. 용서는 누구를 위해서 하는 것인가. 영화 밀양에서처럼 가족을 잃는 참극은 극히 예외적이지만, 용서할 수 없는 어떤 일, 어떤 대상 때문에 고통 받으며 고통을 삭이며 사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다. 용서할 수 없는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당장 찾아드는 것은 분노이다. 분노는 제때 해소되지 않고 쌓이면 독이 되어 몸과 마음의 병을 만들어 낸다. 용서할 수 없는 누군가 때문에, 그에 대한 분노 때문에 스스로의 삶이 지옥이 되곤 한다. 진정으로 용서할 때 독이 제거되어 마음의 평안을 찾게 된다. 그래서 분노는 번뇌고 용서는 자비이다.

저 원수를 보되 부모와 같이 섬겨라.” 이것은 원각경에 있는 말씀이다. 귀한 사람이나 천한 사람, 노인이나 어린이나 모두 다 부처님같이 섬기고 나를 가장 해롭게 하는 사람을 부모같이 섬겨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용서는 마음속에 쌓인 분노와 배신감, 실망을 털어내는 작업이다. 한 해를 보내는 이 즈음 용서로서 마음의 대청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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