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또 인생’ 그리고 ‘운명론’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6-03-24 / 조회 : 1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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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된 불황 속 깊은 경제 불평등
마음 다스려 자족하며 평안하게 탈출

 

 

근래 인기리에 끝을 낸 ‘응답하라 1988’이라는 연속극에서 정봉이네가 동네에서 제일 부유하다. 정봉이가 대학에 6번이나 떨어지고 7수를 하면서도 게임이나 즐기고 공부에는 관심이 없는데도 정봉이 부모는 정봉이 에게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않는다. 그것은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확실하게 드러나는 것이 처음부터 부자가 아니었던 정봉이네가 욕을 얻어먹으면서도 꾸준하게 구입한 정봉이의 복권이 1등에 당첨되어 하루아침에 부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정봉이처럼 복권을 구입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지난 한해 우리나라 복권 판매액이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아무리 복권판매로 조성한 기금이 공익을 위해 쓰이기는 하지만 복권판매가 이렇게 늘었다고 하는 것은 반갑기보다는 오히려 씁쓸하다. 그만큼 경제가 어렵고, 자기 힘으로는 아무리 해도 목돈을 만들 수 없다고 체념하는 서민의 우울한 현실을 드러내 보이기 때문이다.
 복권을 구입하는 것이 서민의 소소한 재미이기도 하겠지만 절망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달리 희망의 사다리가 보이지 않을 때 대부분 사람들은 희망으로 위장된 복권을 산다. 지속된 불황 속에 이뤄진 복권판매의 증가세는 다시 한 번 경기회복이 얼마나 절실한 과제인지를 역설적으로 깨우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 나온 한 조사는 수십 년 사이 우리 사회는 계층이 대물림 되면서 계층 고착화 현상이 일고 있다고 한다. 타고난 능력이나 노력보다 가정환경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결과로 나타났고 한다. 즉 사람은 불평등하게 태어나서 불평등하게 살아갈 뿐이라는 것이다. 부모가 고학력이면 자녀도 고학력, 아버지 직업이 전문직이면 아들도 전문직, 아버지가 단순노무직이면 아들도 단순노무직으로 대를 잇는 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죽하면 ‘금수저’ ‘흙수저’라고 수저 계급론이라는 것이 나왔다고 한다.
 이처럼 사회과학적 연구 결과가 ‘운명론’이라면 그런 사회는 분명 문제가 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어떠하든 다음 세대는 같은 출발점에서 같은 조건으로 달릴 수 있어야 계층이동이 가능한데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사다리를 차근차근 올라가면 누구나 꼭대기에 다다를 수 있다는 희망, 계층 이동의 꿈이 살아 있어야 건강한 사회이다. 날로 벌어지는 빈부격차, 깊고 깊은 경제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정책이고 정치다. 올해 국회의원 선거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한 가지 이유이다.
 나아가 보다 근본적으로는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이라는 것을 환기해야 한다. 우리는 빈 몸으로 이 세상에 왔다가 빈 몸으로 떠난다. 물건, 소유로 행복을 얻도록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다. 답답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도 그로부터의 탈출도 결국은 마음이 할 일이다. 마음을 다스려 자족하고 평안하다면 행복에 그보다 확실한 처방은 없겠다. 마음 다스리는 일, 기도와 수행에 더 매진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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