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적 고뇌’ 어떻게 다스리나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6-05-11 / 조회 : 1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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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제목/‘인간적 고뇌어떻게 다스리나

 

중간제목/ 교황의 사랑, 테레사 수녀의 회의가

위대한 지도자에게 흠이 되지 않아

 

(본문)

불교가 다른 종교와 뚜렷하게 다른 점은 우리와 똑같은 인간 석가모니 부처님처럼 지혜와 자비를 통해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는 진리를 믿고 따르는 것이다. 완성에 이르기까지 지극히 인간적인 인간의 종교라는 점이다. 최근 기독교의 성인 성녀로 추앙받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인간적인 고뇌와 그 번민에 굴복하지 않고 넘어서는 모습은 불교로 보면 수행의 과정과 같아 교훈으로 받아들여진다.

20세기의 성인이라고 추앙받으며 가톨릭 교황을 지낸 요한 바오로 2세가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05년 선종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게 아주 각별한 여성 친구가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추기경이 되기 이전에 만난 같은 나라 폴란드 출신 여성이다. 교분은 그가 교황이 된 후에도 이어져 84세로 선종하면서 막을 내렸다. 교황이 임종하기 전날 밤 여성은 81세 노구로 그의 침상을 지켰다고 한다.

교황의 낯선 모습이 공개되면서 사람에 따라서는 충격을 받기도 하고 호기심을 갖기도 한다. 가톨릭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쪽에서는교황은 남녀노소, 직업 귀천 가리지 않고 폭넓은 교분을 가졌었다. 그중에는 여성들도 다수 있었다.”며 특별한 무게를 두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교황을 잘 아는 한 폴란드 사제는두 사람의 관계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철학적 이슈들을 두고 편하고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지적 파트너였다고 말했다.반면 지난 2014년 교황을 선종 9년 만에 성인으로 추대한 결정과 관련, 시성을 너무 서두른 게 아니었는지 의구심을 표하는 반응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또 기독교의 사랑으로 빈민들 돌보는 일에 평생을 바친 빈자의 어머니테레사 수녀의 기념 책자가 발간되면서‘ 20세기의 성녀로 추앙받았던 그의 감춰진 모습이 드러났다. 세상에서 가장 굳건한 믿음의 본보기로 여겨졌던 테레사 수녀가 사실은 엄청난 신앙적 갈등 속에 일생을 보냈다는 사실이었다. 책은 테레사 수녀가 수십 년간 신부들에게 고해성사 겸 보낸 편지들을 소개했다. 사람들이 바라만 보고도 평안을 얻었던 그의 온화한 미소 뒤에서 그 자신은신의 존재를 확신하지 못해 회의하고 고뇌하는 내용들이었다.

테레사 수녀는 수십년 이어진 길고도 깊은 회의에 굴복하지 않았다. 맹목적 믿음으로 자신을 세뇌하는 대신 회의에 정직하게 맞서면서 신의 존재를 느끼려 기도하고 간구했다. 그런 고뇌 속에서도 자신을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내어줌으로써 신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멈추지 않은 것이 보통 사람들과 구별되는 점, 그의 위대함이다.

요한 바오로 2세의 사랑, 그리고 테레사 수녀의 회의가 이들 위대한 종교적 지도자에게 흠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몸 안에 따뜻한 피가 흐르고 오감이 살아 움직이는 인간으로서 때로 회의로, 때로 사랑으로 흔들리고 번민한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는 같다. 그런 회의를, 사랑을, 번민을 어떻게다스리느냐가 차이를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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