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사의 인연법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6-09-02 / 조회 : 1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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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제목)

생사의 인연법

 

(중간제목)

삶의 질인가, 수명 연장인가 선택

존엄사죽음에 대한 의학적 이해

 

(본문)

세상에는 우리가 두 눈으로 바로 쳐다볼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태양과 자신의 죽음이다. 태양은 빛이 너무 강해서 눈을 멀게 하고, 죽음은 생명이 끝난 상태이니 바라볼 눈이 없다. 태양도 죽음도 영원히 직접 볼 수는 없겠지만 과학의 발달로 이해는 할 수 있게 되었다.

죽음에 대한 의학적 이해가 인간에게 새로운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의학적으로 회생 가능성 없는 환자들이 불필요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죽음을 선택하는 권리이다. 불치병 환자가 생과 사의 고비에서 도저히 생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없다면 차라리 삶을 끝낼 권리 즉 품위있게 죽을 권리를 주는 것이 보다 인도적이라는 견해가 전섹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존엄사가 허용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존엄사법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인데 유예기간을 거쳐 2018년부터 시행된다. 존엄사법안은 환자가 의식이 있을 경우에는 환자가 요구하거나, 의식이 없을 경우에는 가족이 평소 환자가 연명치료거부를 원했다는 것을 의료진에게전달하고 의료진이 치료를 통한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때 존엄사를 가능하게 했다.

불교에서는 인간이 반드시 겪어야만 하는 네 가지 고통, 즉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생노병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죽음을 네 가지 고통의 하나로 삶의 과정속에 포함해 생각한다. 존엄사가 죽음이라고하는 고통을 구하는 목적과 일치될 수 있다면 불교는 존엄사를 수용할 수 있다.

한 고비만 넘으면 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구나. 저승 문 앞까지 갔는데, 그 문턱 넘기가 이렇게 힘이 드는 구나.” 80대 초반 노구로는 감당하기 힘든 대수술을 마친 후 중환자실에서 한동안 의식이 없었다가 깨어나서 간절하게 회생하기를 기다려온 가족들에게 한 말이었다고 한다. 이 노보살님은 가족들과는 정반대 방향의 고비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살아야 겠다보다 가야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 같다. 기능이 마비된 몸으로 남의 도움에 의존해 연명하는 삶, 그래서 어머니로서 할머니로서 한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포기해야 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으셨던 것 같다. 중환자실에서 나오지 못한 채 노보살님은 기어이 저편 고비를 넘으셨다.

삶의 끝, 죽음 앞에서 우리는 어느 정도의 선택이 가능할까. 잘해야 개인적 의지의 영역이던 선택이 법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치유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무작정 생명연장을 하는 것, 늙어서 병들어 죽어가는 것을 억지로 살리는 것, 이미 뇌사했는데도 산소호흡기 꼽아놓고 억지로 붙들고 있는 것이 생사의 인연법에 따르는 것으로 볼수 있는 것일까? 오직 살아있는 사람들의 집착이다. 생명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준비 없이 맞기에는 죽음이 너무 복잡해졌다. 연명치료가 발달해 사전 의사표시가 없으면 환자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가 없다. 삶의 질인가, 수명 연장인가. 미리 선택해두는 것이 죽음 준비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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