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깥양반’ ‘안사람’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6-10-04 / 조회 : 1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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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제목)

바깥양반’ ‘안사람

 

(중간제목)

맞벌이로 역할과 활동무대 구획 무너져

부부가 함께 하는 집안일로 인식변화

 

(본문)

지난 추석 연휴 전남 진도군 의신면 섬의 시아버지들이 박수를 받았다. 진도는 수도권에서 자동차로 7~8시간 걸리는데, 거기서 다시 배를 타고 의신면 섬으로 들어가려면 총 10시간이 족히 걸린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도 땅거미 질 무렵에야 고향집 문 앞에 당도하는 먼 곳이다.

여성의 노동절이라는 명절에 시가에 갈 생각을 하면 머리부터 아프다는 며느리들이 늘어나고, 핑계만 있으면 먼 길 나들이를 접고 싶어 하는 며느리들이 늘어나는 분위기에서 지난 추석 명절에 의신면 41개 마을 이장단은 커다란 현수막을 걸고 며느리들을 맞았다. “에미야~ 어서 와라. 올해 설거지는 시아버지가 다 해주마!”

전통적 가부장제에서는 이슈도 되지 않던 집안일이 시대가 바뀌면서 가족들 사이에 사사건건 말썽의 불씨가 되고 있다. 과거 남성중심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은 역할과 활동무대의 구획정리가 잘 되어있었다. ‘바깥양반은 집 밖에서 가족의 생활비를 버는 일을 했고, ‘안사람은 집 안에서 가족들을 보살피는 집안일을 했다. 부부는 각자의 영역이 다르니 불만은 있어도 일로 인한 마찰은 없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당연시되고 부부가 맞벌이 하지 않고는 먹고 살기 어려운 지금, 집 밖에서 성별 역할의 경계는 무너졌다. ‘바깥양반안사람도 집 밖으로 나가 돈 버는 일을 한다. 그런데 집 안으로 들어오면 여전히 집안일은 안사람몫이라는 인식이 지워지지 않아서 부부갈등의 불씨가 되고, 명절증후군의 원인이 된다.

설거지가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현수막까지 걸어야 하는가. 음식장만이 힘들면 얼마나 힘들다고 명절에 짜증 섞인 음식을 먹어야 하는가. 몸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온 가족이 함께 나눠하면 그 자체로 즐거움이 될 일을, 여자에게만 며느리에게만 책임을 지우니 불평등하고 억울한 느낌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게 된다.

보수 없는 노동인 집안일은 가족 구성원들의 삶에 필수적이지만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는 과도하게 여성에게만 부담이 주어진다는 것과 둘째는 돈을 벌지 않는 일이라는 이유로 노동자체가 무시당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그 일을 주로 하는 여성에 대한 무시로 이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여성들은 하루 평균 4.5시간 가사노동을 하는 반면 남성들은 그 절반을 채 못 한다. 그런데 OECD 통계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남성들의 가사노동 순위 1위는 노르웨이인 반면 꼴찌는 한국이다. 한국 남성은 하루 평균 0.7시간 즉 40분쯤 집안일을 한다. 아내들이 근 4시간을 밥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동안 남편들은 무엇을 하는 걸까. 특히 맞벌이 아내들은 똑같이 돈 벌면서 (남편이) 집안일은 모른 척한다는 불만이 가슴에 쌓여있다. 하찮은 설거지가 부부싸움으로 폭발하는 배경이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바깥양반안사람이라는 경계가 무너지며 집안일은 마땅히 함께하는 것이라는 인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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