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산 ‘밧줄’ 추락사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7-07-25 / 조회 : 9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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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제목)

양산 밧줄추락사

 

(작은제목)

모두가 생계 위해 밧줄에 매달린 형국

보시행·자비로운 나눔이 사회 안전망

 

(본문)

경남 양산에서 고층아파트에서 작업하던 근로자가 추락사했다. 천 길 낭떠러지 같은 건물 외벽에서 밧줄에 의지해 도색작업을 하던 근로자는 공포심을 잊으려고 음악을 크게 틀어놓았는데, 그 소리가 시끄럽다며 한 주민이 옥상에서 칼로 밧줄을 끊어버렸다. 밧줄 하나에 매달려있던 그는, 가장인 그에게 의지하던 가족의 삶은 산산조각이 났다. 떨어지는 그를 받쳐줄 안전망은 없었다. 우리 대부분의 삶도 궁극적으로는 다르지 않다. 밧줄 하나에 매달려 불안하게 살고 있다.

압축성장과 더불어 지나친 경쟁 일변도 속에서 언젠가 부터 우리의 삶은 처절해지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려고 발버둥 치지만 그 문턱을 넘어서는 것이 쉽지 않다. 우울과 절망뿐이다.

30대 취업준비생이 자취방에서 숨진 뒤 닷새 만에 발견되기도 했다. 어렵게 취업을 하게 되면 또 어떤가. 성과만을 내세우는 기업의 직장인은 중압감과 스트레스 속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과도한 업무만으로도 이미 몸과 마음은 피폐해졌건만, 내 밧줄을 쥐고 흔드는 이들의 존재는 더욱 고통을 가중시킨다. 안간힘을 다해 밧줄에 매달려 보지만, 위에서 밧줄을 흔들 때면 속절없이 흔들릴 뿐이다. 높은 저 위에서 누군가 예고도 없이 밧줄을 잘라버릴 지도 모른다는 불안도 느낀다. 때로는 밧줄을 붙들고 있는 손을 나도 모르게 놓아 버릴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우리는 저마다의 밧줄을 쥐고 살아간다. 너무나도 고통스러울 때에는 놓아버리고 싶고, 도망가 버리고 싶다.

그러나 밧줄에 함께 매달려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그 마저도 쉽지 않다. 자칫하면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져 버릴 것 만 같은 불안감에, 힘들지만 오늘도 밧줄을 잘 잡고 있어야 한다며 마음까지 함께 다잡게 된다.

가족을 잃은 아픔은 누구에게나 크지만 양산 가족이 느꼈을 절망감을 짐작하면 마음이 아프고 또 안타깝다.

불교에서 보면 이 우주전체는 다차원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상대가 바로 나이고 우주 전체가 곧 나를 살게 하는 중중 무진의 무한 상생의 관계이다. 즉 연기법을 설하고 있다. 내가 곧 너이고 네가 곧 나이며, 내가 곧 우주이고 곧 나일 수밖에 없는 동체적인 한 생명이다. 이처럼 연기되어진 모든 것들은 서로가 서로를 살려주고 서로가 서로의 존재 기반이 되는 한 몸, 한 생명인 것이다. 온 우주법계가 한 몸이라는 큰 자비로 바로 동체대비(同體大悲)의 참 모습이다.

안전망이 부실한 사회에서 보시행, 자비로운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될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연기법을 실천하고 연기를 깨닫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아찔한 외벽의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서 음악을 틀어도 이해하는 이웃이 된다. 밧줄이 끊기더라도, 밧줄을 놓치더라도 다시 손을 잡아주고 다시 올라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세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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