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별나게 하는 수행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5-11 / 조회 : 9893
  • 첨부파일 :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큰제목)

유별나게 하는 수행

 

(중간제목)

인위적인 노력은 애착이거나 ‘다른 목적’

진리는 평지(平地), 평상(平常)에 깃든 것

 

(본문)

우리나라를 방문하기도 했던 미국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지난 1일 95세가 되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에서 ‘나이 95세’ 고지를 넘은 인사는 그가 유일하다. 2015년 암 진단을 받았지만 쾌유했고, 지난 5월 고관절 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활동적이다. 지난달에는 자택에서 쓰러져 이마에 14바늘이나 봉합 처치를 받고도 예정된 집짓기 봉사에 참여를 강행했다. 카터 센터 프로그램들, 해비타트 집짓기 봉사, 고향 작은 교회의 주일학교 교사직 등 그가 소명으로 여기는 일들을 꾸준히 계속하고 있다.

 대통령 집권 4년(1977~1981)에 이어 ‘전직 대통령’으로 산지 근 40년. 그의 위상은 확연하게 달라졌다. 별로 존재감 없던 대통령에서 가장 존재감 있는 전직 대통령으로 바뀌었다. 인권과 평화를 위한 중재 활동들로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한 그는 실패한 대통령에서 이름만으로 신뢰가 따라붙는 성공한 세계인의 원로가 되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꼼수라고는 모르는 고지식한 인물이다. 대통령에서 물러나 땅콩농장으로 유명한 조지아의 고향마을에서 결혼생활 73년의 부인과 매일 저녁 손잡고 산책하듯이 그렇게 평생을 조용하게 걸어왔다. 평상의 고요한 삶 그것이 바로 그가 받는 존경의 토대일 것이다.

 불교에서는 ‘평상심(平常心)이 도(道)라’고 도의 궁극적인 경지를 평상심에 두고 거기에 도가 깃든다고 가르친다. 많은 선지식은 깨달음이란 특별한 무엇으로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떠한 경지로 있는 것이 아닌 일상생활 곳곳에 있다고 하면서 그렇게 하루하루를 바르게 보며 살라고 했다.

 그리고 ‘선지행자(禪旨行者)는 평지행야(平地行也)라’ 해서 생사를 해결하고자 참구하는 사람의 수행과정은 평상심을 지니고 평평한 땅, 평지를 딛고서 세상살이에 조화를 이루며 행동하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도란 바로 범부(凡夫)가 일상 생활하는 그 마음을 여의고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천명한 것이다. 마음에 번뇌가 없고, 일상생활의 하나하나에 몰두할 수 있는 마음이 바로 도라는 것이다. 도는 인위적인 노력으로 이룰 수 없다. 인위적인 노력은 애착이거나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게 된다. 행위는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도는 가고 있는 길 자체로써 작용한다.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노력은 필요하지만, 인위적인 노력은 오히려 진리에 대한 인식을 방해한다. 진리는 내가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에서 평지를 걸으며 어떻게 마음을 쓰고 살아야 하는지를 터득해 가는 것이다. 없는 것을 얻고자 애쓰지도 않고, 있는 것을 없애려 애쓰지 않는 것, 오면 오는 대로 맞아주고 가면 가는 대로 놓아주면서 매 순간 삶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 정보기술로 현란한 보여주기식 퍼포먼스가 판치는 세태에 편승해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해가면서 별나게 하는 수행자들을 보자니, 그로부터 수십 광년 떨어진 듯 고요한 ‘평지행야’의 가르침이 새삼 빛나 보인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