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고 견뎌야하는 고해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4-12-30 / 조회 : 1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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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1 무공저

 

(큰제목)

참고 견뎌야하는 고해

 

(중간제목)

번뇌로 인한 미혹에서 벗어나

도달하는 열반을 깨닫는 마음

 

(본문)

희망과 기대로 시작한 2014년 갑오년 청마靑馬의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덜렁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면서 어김없는 시간의 흐름에 숙연해진다. 지난 연초에 각자가 계획한 일들을 얼마나 실천했는지 차분히 나를 뒤돌아 볼 때가 된 것이다.

2014년 연초에 전국 대학의 교수들이 올 한해를 기대하는 사자성어로 불교용어에서 나온 전미개오轉迷開悟를 뽑았다. ‘번뇌로 인한 미혹에서 벗어나 열반을 깨닫는 마음에 이른다.’라는 뜻으로 온갖 거짓과 속임수에서 벗어나 진실을 깨닫자라는 현실적 의미가 담겼다.

거짓과 속임수는 결국 우리를 고통으로 몰고 가게 된다. 부처님은 일찍이 인간의 모든 고통의 시작을 어리석음이라고 했다. 이 어리석음은 자기합리화와 같은 무지에서 발생하며 그 무지함의 마음은 자신과 타인에게 무자비한 폭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 경계해야할 것은 타인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식대로 살거나 나의 잘못을 자각하지 못하면 그 실수를 자꾸 반복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난 1년을 돌이켜 보면 정치력 신장의 이정표가 된 소식도 있었지만 각종 거짓과 허위 속에서 대형 사건사고가 잇따르는 등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가 깊었다. 특히 세월호 침몰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내재된 부패와 비리 및 안전 불감증 등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이며 근본을 되돌아보게 하는 대참사였다.

한편 연말이 되니 슬픈선행 소식들이 또 들린다. 절제와 억제로 평생을 살아온 분들이 안 먹고 안 입으며 모은 목숨 같은 돈을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내놓는 선행이다. 시장 좌판에서 나물 팔던 할머니, 김밥 팔던 할머니들의 기부는 너무 숭고해서 슬프고, 슬퍼서 속이 상한다. 제발 기부하지 마시고 당신 여생을 편히 사시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단 하나 억제하고 싶지 않은 욕망이 기부라면 그분들은 마땅히 그 욕망을 충족시킬 권리가 있다.

얼마 전 부산에서 85세의 독거노인이 전 재산 35백만 원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았다고 한다. 6.25때 총상을 입어 장애가 있는 그 할아버지는 평생 독신으로 노점을 하며 살았는데, 생필품 외에는 거의 돈을 쓰지 않아 그만한 돈을 모을 수 있었다.

앞으로 살면 얼마나 살겠나.” 싶은 생각에 돈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하자 구청의 담당 여직원은 2천만 원을 불우이웃돕기 통장에 입금하도록 안내했다. 그리고 나머지 15백만 원은 맛있는 거 사드시며 갖고 계시다가 나중에 또 기부하시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마음도 아름답고 구청 직원의 마음도 아름답다.

부처님은 사바세계를 고해라고 했다. 고해라는 것은 바다에 파도가 한순간도 일렁거리지 않는 때가 없는 것처럼 우리 인생도 한 순간도 정지되거나 머물지 않고 무엇인가 변해가는 그 의미이다. 또 다른 표현으로 참고 견디는 세계라고 뜻으로 감인(堪忍) 이라고 한다. 변화에 필수적으로 따르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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