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넓고 크고 무량하게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8-08-17 / 조회 : 9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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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제목)

넓고 크고 무량하게

 

(중간제목)

나의 무례’, 더 큰 무례로 누군가에 전파

수행은 마음을 길들이고 다스리는 과정

 

(본문)

8월 폭염으로 인해 더욱 사소한 일에 감정이 격해지고 격앙된 감정을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막말로 쏟아내고 안하무인격으로 거칠게 행동하는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 출퇴근길, 엘리베이터 안, 직장 내, 마트나 식당 등 사람이 모인 곳이면 무례한 사람들의 무례한 행동들을 목격한다.

남을 밟고 올라가야 내가 산다는 경쟁강박증, 과정은 어떠하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성과지상주의 등 살얼음판 같은 현실 또한 우리에게서 남을 돌아볼 여유를 빼앗아갔을 수 있다. 무례로 인한 불쾌감은 분노, 슬픔, 우울감을 일으키면서 심신에 독소가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한다.

무례(無禮)란 예()가 없음을 말한다.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 갖춰야 할 기본적 예의를 저버리면 무례가 되는데, 예란 인간이 타고 나는 본성이 아니다. 배워 익히며 기르는 것이라고 중국의 사상가 순자는 말했다. 성악설을 내세운 그는 인간이 본래 자기 욕구충족을 추구하는 존재여서 이로 인한 다툼과 혼란을 방지하려면 예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양의 예의, 매너의 핵심은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가르침으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 존중, 정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반면 부처님은 마음에 이끌리지 말고 마음을 잘 길들이고 다스리라고 강조하셨다. 수행은 이렇게 마음을 잘 길들이고 다스리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겠다. 그 대표적인 가르침이 자(, 사랑), (, 연민),(기쁨, ), (, 평정)4가지 마음(사무량심, 四無量心)의 작용을 하라고 한다. 그것도 넓고 크고 무량하게잘 닦으라고 당부하셨다. 처음에는 친한 사람에 대하여 이 마음을 일으키고 점차로 반경을 넓혀서 미운 사람들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평등하게 이 마음을 일으키도록 되어 있다.

우리는 늘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토로 냄새 맡고 맛보고 몸으로 감촉하고 머리로 생각한다. 바깥 경계에 부딪쳤을 때 바깥 경계를 탓하게 되면 경계에 휘둘려 괴로움에 빠지게 된다. 그러니 자기 마음을 살펴 자기 마음의 반응을 지켜보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 날씨가 추울까? 더울까? 왜 비가 오나? 를 탓하는 것은 불평불만일 뿐이다. 추우면 옷을 더 입고, 더우면 옷을 더 벗고,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이렇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대응을 해나가면 된다. 보고 듣고 냄새 맡고 하는 이런 것들에 끄달려 마음이 흥분되면 안 된다. 항상 적절히 대응을 해나가면 언제 어느 곳에 가더라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

무례함의 특징은 친절함과 마찬가지로 전염성이 강해서 퍼져나간다는 것이다. 나의 무례는 더 큰 무례로 누군가에게 전파된다. 경쟁하듯 분노와 조롱을 뿜어내다 보면 조만간 세상은 불쾌감의 독가스 실이 되고 말 것이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자비심, 상냥함, 다정함을 지니는 훈련이 필요하다. 친절, 미소, 재치 있는 농담이 종종 해독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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