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의 지성’ 이어령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2-03-31 / 조회 : 9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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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제목)

시대의 지성이어령

 

(중간제목)

생은 빛나는 선물우리문화 발굴

초대 문화부장관, 혁신적인 문화행정

 

(본문)

세계적인 석학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이 시대 지성인의 상징인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88세를 일기로 지난 3월 타계했다. () 이어령 전 장관은 우리나라의 주요 역사적 고비마다 시대정신을 밝히는 굵직한 담론을 내놨다.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 산업화를 몸으로 체험한 고인은 인류의 삶과 문화를 해독하고 아우르며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암과의 투병, 죽음과 친해지면서 자연히 운명을 사랑하고 탄생의 신비를 배우며, 생을 담담하고 당당하게 의연히 살아냈다.

시인, 소설가, 평론가, 교육자, 장관으로서 다양한 영역에서 종횡무진 활동해온 고인의 삶의 여정 중심에는 '언어'가 있었다.

언어도단(言語道斷)은 말로 나타낼 수 없을 정도로 기가 막히는 상황으로 쓰이지만, 불교에서는 좋은 뜻으로 쓰입니다. 언어는 잘라야 언어 망에서 벗어날 수 있거든요. 생사(生死)는 반대의 단어인데도 실은 같은 의미지요. 태어날 때 이미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니까요. 나는 남이 안 보면 존재하지 않아요. 남이 나를 봐줬을 때만 내가 존재하고, 누가 내 이름을 불러 줬을 때만 내가 존재하는 겁니다. 어떻게 내 이웃이 남입니까 나의 일부이지. 그게 사랑이고 자비인 거지요. 그 사람이 저렇게 존재하듯이 나는 이렇게 존재하는 것, 그런 하나밖에 없는 사람들이 수천, 수만 년 동안 부대끼며 살아온 것이지요.”

인생의 3대 질문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 때문에 살고있는가’ ‘나는 어디로 가고있는가등에 대한 명쾌한 답을 들려줬다.

인간은 죽는 존재이면서도 자기가 죽는다는 사실을 잊고 살아온다. 고인은 암 선고를 받고 항암치료를 마다한 채로 마지막 기력을 다해 책을 쓰고, 강연하고, 죽음까지 기록할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생()이라는 자신이 받았다고 하는 빛나는 선물을 세상에 돌려주려고 했다.

지난 연말 지역방송과 인터뷰하며 생의 마지막 화두로 택한 두 글자는 화엄이었다. 불교 '의상대사', 유교 '최치원', 도교 '김가기를 재조명한 프로그램으로 모두 당나라 유학파 출신인 그들은 '화엄'이라는 화두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꿈꿨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에서 고인은 한 사람의 움직임은 내가 움직이는 것 같지만 전부 연동돼서 움직이니까, 불교의 연기설이 이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것도 아니고 전체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개체 속에 전체가 있고, 전체 속에 개체가 있어서 맞물려 돌아간다. 그런 세계를 화엄이라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마디로 융합이다. 개체와 전체가 대립하는, 예를 들어 밤낮이라든가, 또는 선악이라든가, 모든 대립하는 것들이 따로 개체가 있고 전체가 있는 즉 하나가 움직이면 전체의 것이 연동돼서 움직인다.”라며 화엄에 대한 그의 철학을 역설했다.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고 문학과 정치, 문화와 문명을 가로지르며 방대한 지식과 날카로운 통찰로 시대를 선도해온 이어령 전 장관의 지성에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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