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의 가격표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6-07-27 / 조회 : 1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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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제목)

성공의 가격표

 

(중간제목)

기쁨·행복·의미 본래적 가치 향해

내면의 즐거움과 보람이 가치의 기준

 

(본문)

공무원시험 준비 중이던 26세 청년이 광주의 한 아파트 20층에서 투신자살을 했는데, 마침 야근을 한 뒤 귀가하던 40세 공무원의 머리 위를 덮치면서 두 사람 모두 사망했다. 팔팔한 20대 청년이 취직시험 스트레스에 짓눌려 자기 생명을 끊은 것도 비극이지만, 성실한 공무원이 만삭의 아내와 6살 난 어린 아들과 함께 이곳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가려던 길에 이들이 보는 앞에서 변을 당한 것은 뭐라 설명을 할 수 없는 비극이다. 집으로 향하던 그의 발걸음이 한 발짝만 빨랐어도, 그곳을 1초만 늦게 지나갔어도, 당하지 않았을 참변이었다.

극심한 청년실업 문제의 불똥이 마른하늘의 날벼락처럼 날아들어 생면부지 한 가족의 운명을 송두리째 파괴해 버렸다. 사회 구성원 모두는 연결된 존재, 낯모르는 누군가의 불행이 언제 어떤 형태로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유기체적 관계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화엄경에서 부처님은 환경과 인간이 서로 통해 있음에 대하여 살아있는 모든 것은 한 생명체로 통한다. 한 생명체는 모든 살아있는 존재로 통한다.”고 했다. 진정으로 끊임없이 만나고 통하고 엮이는 연결된 존재임을 알 수 있다.

청년의 자살 소식을 들으니 한 신도의 아들이 떠올랐다. 그분의 아들은 공무원시험 준비로 청춘을 다 보냈다. 20대 중반에 5급 시험 준비를 시작해 몇 번 실패하자 7급으로 낮췄지만 아직 합격하지 못했다. 시험공부 10년에 나이는 어느덧 30대 중반. 한창 생명력 넘쳐야할 시기를 햇빛도 들지 않는 고시원 방구석에서 썩혔다. 그 내면이 온전할까 싶다.

공무원시험에 매달리는 공시 준비생은 4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공무원이 돼야 먹고 산다는 생각에 적성, 꿈 상관없이 우르르 몰려들어 몇 년씩 젊음을 저당 잡히는 것은 더 이상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의 문제이다. 가치 전도의 문제이다.

19세기 덴마크의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당대의 가치 전도 현상을 지적하기 위해 두 도둑의 비유를 말했다. 한밤중에 도둑들이 보석상 안에 몰래 들어갔다. 이들은 물건은 훔치지 않고 가격표만 바꿔 놓았다. 귀한 보석들에 싼 가격표, 싸구려 보석들에 비싼 가격표를 붙였다. 그런데 이후 몇 주가 지나도록 아무도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가격표만 보고 가치 없는 것을 비싸게 사고, 가치 있는 것을 싸구려로 거래했다.

우리 사회에서 성공의 가격표가 뒤바뀌었다. 기쁨, 행복, 의미 같은 본래적 가치가 아니라 돈, 명예, 권력 같은 도구적 가치를 기준으로 성공의 가격표가 매겨져 있다. 연봉이 성공의 기준이 되니 고소득 직업이 인생의 목표가 되고, 그 앞에서 수많은 청춘이 시들어간다. 건강한 몸을 갖고도 생명력 한번 발산하지 못하는 삶이 있고 팔 하나가 없어도 생명체로서의 기쁨을 만끽하는 삶이 있다. ‘가격표에 의심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즐거움과 보람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그렇게 성공의 가격표를 다시 단다면 세상은 훨씬 살만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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