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의미’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7-01-05 / 조회 : 1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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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제목)

삶의 의미

 

(증간제목)

울타리를 넓혀 더 많은 이웃 끌어안으면

소유는 줄어드는 데 기쁨은 오히려 커져

 

(본문)

한 해를 보내는 이즈음 연말, 이름도 남기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큰 돈을 기부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서운 겨울 추위 속 우리 사회를 훈훈하게 덥히고 있다. 무작위 나눔이며 무주상 보시이다.

그들은 왜 이런 일을 하는 걸까.

그러면서 떠오르는 단어는 의미이다. 낯모르는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줌으로써 그가 얻는 것은 삶의 의미일 것이다. 흔적도 없이 쓰일 수 있는 돈이 받은 사람들의 기쁨으로 의미를 갖게 되고, 그럼으로써 기부하는 사람의 삶 자체가 의미를 갖게 된다.

사람은 의미로 사는 존재이다. 소유는 당장의 달콤함을 제공하지만 거기까지, 근원적 목마름을 해소하지 못한다. 많이 가질수록 더 갖고 싶어서 목이 타들어간다. 탐욕이 탐욕을 부른다.

반면 의미 있는 삶은 소유의 차원을 넘어선다. 삶의 중심축이 소유에서 존재 자체로 넘어간다. 많이 갖고 적게 갖는 것이 별 문제가 되지 않으니 가진 것을 내어주는 일이 가능해진다. 소유는 줄어드는 데 기쁨은 오히려 커지는 역설이 가능해진다.

의미는 삶을 승화시킨다. 1962년 미국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의 달 착륙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였다. 당시 케네디 대통령이 연방우주항공국을 방문하던 어느 청소부와 마주쳤다. 그때 청소부가 한 말이 두고두고 전해진다.

대통령이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자 그가 대답했다.

인간이 달에 가도록 돕는 일을 합니다.”

그가 자신의 일에 의미를 부여하자 그의 삶은 쓰레기 치우는 차원에서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차원으로 승격했다.

의미는 다른 존재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생겨난다. 인간은 연결된 존재, 혼자만 잘 먹고 잘 살아서는 삶에서 의미를 찾기 어렵다. 타자를 돌아보고 그들을 품어 안는 데서 삶은 의미를 갖는다. 부모가 자녀들을 위해 희생을 마다 않는 배경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김춘수 시인의 '' 에서처럼 하나의 몸짓에 불과하던 사람이 꽃이 되고 의미 있어지는 것은 누군가와의 만남을 통해서이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교감과 소통에 의해서 그 존재의 의미가 생성된다. 인간의 마음에 의해서 인식되고 그 명칭과 존재가 규정되기 때문이다. 마음이 만들고 지어낸 세계이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고, 네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관심을 갖고 사랑해 주면 서로는 서로에게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울타리를 넓혀 더 많은 이웃들을 품어 안는다면 삶의 의미는 더 깊어질 것이다. 지난 삶을 돌아보며 한해를 마무리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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